2012년 3월 18일(일)
인연에 대한 예찬
특별한 만남을 가진 일요일이었다.
모든 만남이 특별하지만 이번 일요일의 만남을 정말 특별했다.
18일(일)에는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이 있었다. 서울마라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다름아닌 일본 친구들이었다. 도쿄에 살고있는 친구 이토우상이 한 달 전에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유헤이상과 함께 서울마라톤에 나가게 되었는데 괜찮으면 서울 마라톤이 끝나고 나서 만날 수 있겠냐고.
한 달 전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도 조금 충격을 받았다. 자국에도 마라톤이 꽤 많이 열릴텐데 이웃나라의 마라톤에 참가하려고 하다니..게다가 이토우상은 한국에 오는 것은 처음인데 처음 오는 것이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유헤이상이야 내가 일본에 살았을 때 워낙 많은 도움을 준 일본 친구고, 한국에서 만나는 것만 벌써 두번째다.
사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세계 4대 마라톤대회로 불리는 뉴욕, 런던, 보스턴, 로테르담(혹은 베를린) 에 모두 참가해보는 것이다. 물론 도쿄마라톤에도 나가고 싶다. 물론 그전에 국내 3대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대회에 참가하는게 우선일 듯 싶다. 늘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과 직접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이 있다.
유헤이상은 마라톤이 있던 저녁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은 모두 16명이다.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모였다. 도쿄 에도야소우에 살았던 사람들과 이 날 마라톤에 참가했던 일본인들. 재밌는 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다들 재밌는 인연의 끈으로 얽히고 얽힌 사람들이었다.
이토우상이 4년 전에 태국 여행 할 때 알게된 나오미상의 남자친구의 친구 겐상.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믹시로 알게된 와타나베상.
또 그친구들의 친구. 타베다상, 스기모토상.
유헤이상의 친구 아베상.
에도야 소우에 살았던 나, 보람이, 미순이, 주영이. 그리고 우리가 나간 다음에 살았던 스미레상, 나짱.
유헤이상과 이토우상을 중심으로 엮이고 엮여진 사람들의 모임이긴 했지만 둘 조차도 이날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재밌게 이어나간다. 이 날 주영이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순간을 같이 즐거워하며 나중에 서로 연락하자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의 존재를 금방 잊어버리잖아. 하지만 4년 전 태국에서 만난 사람의 남자친구의 친구와 함께 마라톤을 나와서 우리에게까지 그 인연의 끈이 닿는 게 너무 신기해.소방관이라고 했던 타베다상, 의학부에 재학 중인 스기모토상 ,, 일본에서도 쉽게 만나지 못했던 부류의 사람들을 한국에서 만나다니."
이렇게 신기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이날의 만남을 이어가는 건 나도 아니고 상대방도 아니고 바로 우리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연이란 이름으로 만나 남은 시간동안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역시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인생을 듣고, 서로의 인생에 감탄하고, 감탄스러운 인생을 인연의 끈으로 엮는다.
이 날 모임의 주최자와 다름없었던 유헤이상과 이토우상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다시 한번 소중하고 즐거운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