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의 과거-현재-미래를 각각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브래드 : 나의 과거는 명조체였어.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꽤나 혹독한 글씨쓰기 연습을 받았었거든. 내가 글씨를 엉망으로 날려쓰거나 하면 엄마는 그 공책을 통채로 찢어버리기도 했을 정도이니. 당시 내 또래 애들은 명조체를 쓰지 않았었거든. 그래서 모음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글씨를 보면 애들이 글씨가 이상하다고 놀리기도 했었지. 그리고 내가 엄청 활발하고 장난기가 많고 그런 애였는데, 엄마는 내가 서예를 배우면 조금 더 차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서예학원에도 보내셨어. 그래서 그런지 나는 중고등학교때는 굉장히 조용하고 , 모범적이면서 공부도 그럭저럭 하는 학생이었어. 글씨를 바르게 쓰는 것처럼 늘 바른 학생이 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 나의 현재는 흘림체야. 대학에 오면서 강의시간에 필기를 해야할 분량이 많아지면서 글씨를 빨리 써야했고, 그에 알맞게 글씨도 바뀌더라고. 그러면서 명조체였던 내 글씨는 필기체로 다듬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도 흘림글씨체를 좋아해. 그러면서 깨달은 건 글씨는 그 사람을 드러내는 한가지 지표라는 것이었고, 군대에서도 계속해서 내 글씨체를 다듬기 위해서 펜글씨 교본을 사서 글씨 연습을 많이 했지. 과거엔 큰 특징이나 색깔이 없는 내 글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만의 글씨체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글씨체는 꾸준히 바뀌게 되어 있기 때문에, 계속 연습하면서 더 나만의 독특한 글씨체를 가지고 싶은 지금이야. 나의 미래는 브래드체야. 브래드체라는 건 내가 만든 글씨체야. 예전에 생각했던 것 중 한가지가 나의 글씨체를 본뜬 컴퓨터 폰트를 만드는 것이었어. 윤디자인에서 만드는 폰트들처럼 나의 폰트들을 모아서 나의 이름을 브랜드로 건 폰트를 만들고 싶어. 그래서 컴퓨터로 나의 글씨를 써내려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글씨를 보고서 독특하고 멋지다는 인상을 받아서 사람들도 내 폰트를 이용하면 기쁠 것 같아. 나아가서는 사람들 각자가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폰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학생들은 레포트를 쓸때도 자기 손글씨체 폰트로 지정해서 글을 써서 제출하는 거지. 이 점은 내가 바라는 미래의 이상향이라면 맞닿아있어. 사람들 모두가 자기만의 개성과 다양성을 갖추고, 자기 개성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모습. 아무리 이쁘고 멋진 기성 폰트들이 많이 있어도, 자기만의 글씨가 더 소중하다는 걸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
레이디: 멋있다. 글씨체로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하다니 기발하고, 정말 브래드 답다는 생각을 해. 그 미래, 나도 응원할게!:) 내 과거는 만화책이야.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정말 좋아해서 용돈 모아서 만화책 사는 게 취미였고,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을 읽으면서 이쪽 세계, 저쪽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어. 중학교는 그렇게 만화책 읽고, 상상하면서만 살았던 것 같아. 사춘기를 그렇게 조용하게 보냈지만, 속으로는 늘 멀리 떠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생도 해봤다가,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울고싶은 나날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있었어. 마치 만화책에 나오는 청춘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야. 그리고 내게는 그 마지노선이 '대학생이 되면' 이었던 것 같아. 내 현재는 애니메이션이야. 만화책이 상상력으로 구성되는 예술이라면, 애니메이션은 그림에 색과, 소리를 입힌 움직이는 예술이잖아. 만화책을 통해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것들에 내가 직접 뛰어들면서 애니메이션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붙여봤어. 서울에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게 된 나는 대학생활 내내 정말 내가 바라던 대로 청춘스럽게 살고 있어. 많은 사람을 만났고, 좋아하는 일을 원없이 해봤고, 공부도 열심히 해봤고, 사랑도, 이별도, 여행도 많이 했고. 물론 술도 엄청 많이 마셨고! 내 미래는 원작자야.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사실은 원 작품을 썼던 작가가 있었기에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던 거잖아. 지금까지 내가 다른 사람의 만화를 보거나, 나만의 애니메이션을 나 혼자 시청했다고 친다면, 나는 이제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이건 내 꿈이 '글쓰는 사람'이라는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 나는 소설도 써보고 싶고, 여행이나 인문학적 에세이도 써보고 싶고, 하여튼 내가 했던 모든 경험과 생각을 글로써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내가 책을 읽으며 세상을 향한 가치관을 쌓아갔던 것처럼 누구 하나라도 내 책을 통해 얻는 게 있다고 한다면 그보다 더 기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용 : 내 과거는 '우물안 개구리'. 그땐 진짜 내가 최고인 줄 알았거든. 알바하고 내가 다 벌어 쓰면서 '난 세상을 좀 안다'고 생각했던거같아. 또래 친구들이 다 어려보이고 그랬으니깐. 누굴 만나도 항상 자신감 넘치던 때였지. 지금은 '집나간 강아지'같아. 그동안 하고싶었던 일을 체험하고 있는데, 내가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여. 그리고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 나에게 맞는 일이라는게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어. 자신감이 제일 떨어져있어서 힘빠진 채로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 딱 집나간 강아지같아. 내 미래는 '용'이었음 좋겠어. 개천에서 용난다고 하잖아? 나 그 판타지 아직도 갖고있거든.ㅋㅋ 지금 방황하는 게 언젠가는 다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어. 나중에 분명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내 분야만큼은 정말 프로가 되고 싶어. 그리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빵 : 나의 과거는..참 철없었어. 지금도 그런것같긴한데ㅋ 남들보다 잘해보이는 나를 만들기위해 부단히 노력했던것같아. 좀 더 내가 원하는 걸 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나는 허세작렬이었지ㅋㅋ 나의 현재는..일단 도전이야. 사실 처음에 홍콩에 일하러간다했을때는 큰 기대도 대단한 설렘도 없었지. 근데 막상 와서 직장알아보는 과정에서 챙길것도 많고 스스로 정확히 해야하는 부분도 많고.. 내가 진짜 더이상 학생이 아니라 어른이구나 느끼고 있어. 매일이 도전의 연속인것같아. 참 내가 스스로를 케어하지 않았다는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 그래도 도전하고 있어..유유. 나의 미래는..ㅋㅋㅋ who hell knowsㅋㅋ 요즘엔 불확실성 투성이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는것같아..슬픈현실이군ㅋㅋ 맥주 마셨더니 머리아파서 더 생각이 안나네
브래드: 지빵아 넘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나도 내 미래를 서술했지만 상황은 who hell knows 야.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근데 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건 우리가 30대가 되어도 40대가 되어도 절대 떨쳐버릴수 없을거란거지. 흠.. 40대가되면 내 50대를 또 어떻게 그릴수 있겠어.
레이디 : 결국 불확실은 어디나 누구나 안고있는거라고 생각해
브래드 : 결국은 아무리 날고기어봤자 불확실성이라는 불안감을 어찌 할수 없는 거라면, 결국 그 불확실성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꿀수밖에 없는 것 같어. 반대로 앞날이 너무나 확실하다면 또 얼마나 재미없겠어. (뭐 가끔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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