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기억의 왜곡
쌀과자 : 내가던질주제는'기억의왜곡'이야~다들메멘토봤지??그런것처럼자신이기억하고싶은것만기억하게되는그런것들말이야.그래서나에겐아련한첫사랑의기억인데~상대방에겐스토커의기억;;;이런경우도흔치않고.ㅋㅋ개인의입장에서봤을때이건축복일까불행일까??그렇다면이런현상이어떤집단이나국가단위로일어난다면??역사적관점에선또어떤지..이런거에대해서자유롭게이야기해보아요.ㅋ
브래드 : 오전에 졸립기도 하고. 쌀과자가 던진 주제에 대해 생각해봐야지. 사실 난 기억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무척 많기도 하고 관심이 정말 많아. 대학때 수강했던 과목 중 '인지과학의 이해'에서 기억에 대해서만 총 9시간에 걸쳐 진도를 나간 적이 있거든. 물론 그건 기억의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배웠던 거였고, 이번처럼 인문학적 성찰을 다루진 않았었어. 먼저 기억의 왜곡에 대해서. 인간에게 기억의 왜곡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야. 인간은 현재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을 직접 보면서도 그걸 직시하지 못하고 왜곡할 때가 허다한데 하물며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어떻겠어. 쌀과자가 첫사랑을 말했는데 그게 대표적인 예중 한가지겠지. 사실 첫사랑이란거는 짝사랑인경우가 많고 그래서 그 당시에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 장면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만 골라내서 아름답고 아련한 사랑으로 기억하는거지.
브래드 : 이런 기억의 왜곡은 축복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어떤 사실을 왜곡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할때, 이미 그 순간 왜곡되지 않는 것은 없어. 우리가 파란 하늘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데, 그 순간 내가 말하는 파란 것과 니가 말하는 파란 것이 같다는 건 증명될 수 없는 부분이야. 때문에 서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파란 하늘은 다르다는 거고, 그렇지만 각자에게 하늘은 아름다운 건 사실이고. 우리의 기억이 모두 그래.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기억들을 미화시켜 나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거든. 미화시켜나간다는 거엔 안좋은 기억을 지우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 그게 바로 축복이라고 생각해. 난 군대에서도 정말 힘들었고, 대학생활도 재밌는 것만은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모두 다 아름다운 추억뿐이야. 날 괴롭히던 선임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기억의 왜곡이 사회적 국가적으로 일어나는 일 또한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 보고 자랐잖아. 역사책은 집단 기억 왜곡의 집대성한거 아닌가. 역사책을 편찬하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담아서 독자에게 메시지로 전달하겠지. 그런데 지나간 역사의 왜곡이라고 해서 현재 일어나는 왜곡가 크게 다를 건 없어. 우리는 현재에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모두 다르잖아. 오천만 국민이 있으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오천만개의 기억이 생기는 거야. 하지만 그 기억들 중에서 힘을 가진자의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조선왕조실록같은 역사서들을 보면 모두 지식을 가지고 있는 권력층에 의해 서술된거고 우린 그 기억을 접하고 있잖아. 지금 시대에서는 돈이 있는 자가 힘있는 자니까 그들의 기억이 힘을 지니겠지. 돈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확대하는 일은 매우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걸 보면. 그런데 개인의 기억 왜곡 처럼 집단의 기억 왜곡이 축복이라고는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 예를 들어 우리 어르신들, 새마을운동의 향수를 떠올리는 분들 많잖아. 그때가 그래도 살기 좋았다고. 나도 아마 그 시기에 태어나서 그런 일을 겪었으면 지금 그런 말을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
브래드 : 마지막으로 사실과 해석 혹은 왜곡의 문제에 대한 내 생각. 나는 누구보다 내가 겪은 일들을 아름답게 기억하려고 무척 노력하는 사람이야. 가끔은 조작도 해. 쉬운 예로 일기 쓰기. 나는 괴로운 일들은 웬만해선 기록해두지 않아.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즐거운 일들은 엄청 과장해서 기록을 남겨. 설사 그 날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너무 행복하다'라고 써내려가. 그리고 지금에 와서 내 일기장을 펼쳐보면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더라고. 유럽여행, 일본, 군대, 대학 등등 싹 다 행복했다고 기록되어있어. 기억이 희미해져간 지금에서 내가 그 기억들을 떠올릴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기록을 살펴보는 일이잖아. 그런데 사람들도 다 똑같지 뭐. 사진 찍을 때 다 즐겁게 웃으면서 찍잖아. 그리고 시간이 흘러 꺼내보면서 그 때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거고.내 개인사를 행복에 과도하게 편중시켜 기록해온 노력해온 결과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거야. 과거가 다 행복했고, 그 행복한 과거가 축적되어 지금이 되었으니 행복할 수 밖에.
쌀과자 : ㅋㅋㅋ거의 논문수준인데??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기억이라는 부분만 보면 나도 브래드의 의견에 100% 동의해. 영화 메멘토에서는 그런 부분을 약간 비꼬는듯한데 그런 기능이 사는 재미를 더하는데 있어 순기능을 하는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내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그런 기억이 집단의 범주에서 일어나게되는 경우인거 같아. 브래드가 지적한대로 역사문제가 대표적인데 사실 내가 이런 화두를 던지게 된건 옆나라 총리 때문이거든. 사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이고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사실이라기보다는 해석이라고 보는게 맞다고 나는 생각하거든. 그렇다면 과연 일본에서 역사왜곡을 시도하는 것이, 그런 것을 파렴치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로 매도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약간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보게됐어.
브래드 : 쌀과자의 그런 생각이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생각해볼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도 베트남 전쟁, 미국의 침략 전쟁에 우리나라가 가담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 않았는 걸
쌀과자 :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런것도 궁금하더라. 만약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베트남이 우리에게 어떠한 것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한다면 우리나라는 쿨하게 잘못을 사죄하고 경제적 보상을 할것인가.. 우리보다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의 요구일지라도 그것이 사실이고 정의이기 때문에 과연 수용할것인가라는거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가간에 이런 사실과 해석문제로 충돌을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는 분명 소위 말하는 국력에 따라 혹은 승/패여부에 따라 결정이 되어왔는데 과연 이게 올바른것인가. 올바른것이라면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상처일지언정 받아들여야하는 현실인가. 그렇지 않을수 있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어.ㅋ
브래드 : 국력에 따라 승패가 갈려온건 올바르지 않죠. 지금까지는 그랬는지 몰라도 그게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아는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멈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멈추는건 강대국들이 먼저여야죠. 학교에서 폭력이 멈추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약한애가 행동을 바꾸는게 아니라 강한애가 행동을 바꿔야되겠죠.
쌀과자 : 그런데 개인에게 있어 각색이라는건 축복이고 행복을 돕는 일인데 이걸 국가차원에서 적용하면 그건 올바르지 않고 멈춰야할 행동이라면ㅋ또 애매해지자나. 어디까지는 되는거고 어디부터는 안되는건지
브래드 : 그러게 아이러니하다 아이러니해. 그런데 이런 부분이 있잖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의 기억을 왜곡시키는 거는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잖아.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해지고, 상대와의 추억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게되는거니까 상대에게도 더 좋은 거 아닐까. 첫사랑의 당사자들은 완전 고마운거지 그렇게 이쁘지도 않았던것들이 우리가 이쁘게 기억해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집단이나 국가가 되면 피해를 주는일이 발생하잖아. 경제적이라든가 정신적 박탈감이라든가. 일본의 정치인들이 보이는 우경화 언행 때문에 한국 국민이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거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양국 관계 악화잖아. 그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 어떤 주체(개인이든 조작이든)의 기억 왜곡이 혹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타인을 불행하게 하고 있는건 아닌지를 따져보는게 중요한거지. 나도 만약 내 기억을 왜곡시키는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불행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행동을 당장 그만둬야겠지. 생각해보니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의 차이이기도 싶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느냐 or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느냐. 선의의 거짓말은 좋은거지. 그게 현실을 왜곡할지언정 상대방을 기분좋게 만들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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