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을 소중히 한다는 건 '시간'이 지나서도 지금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을 하는 것. 우린 지금의 기록이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기록의 중요성은 중학교 때 메모라는 습관을 몸에 지니게 된 이후로 수없이 생각해 온 것이기 때문에 매회 리마인드할 필요는 없더라도) 과장되게 생각해보자면, 우리의 선조들이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했던 토기들 조차도 지금은 모두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지금 시대 사람들의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이다.
시간을 소중히 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자. 올해 들어 여름과 밤이 만난 이래로, 여름밤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게 된 이후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여름이 밤과 만나 여름밤이 되고, 여름밤이 산책을 만나 여름밤의 산책이 된다. 또 여름밤의 산책은 음악도 만나고, 사색을 만날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하나씩 이어 붙이면 늘 더 아름다운 것들이 기다린다. 홀로 서 있을 때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지만 같이 서 있으면 아름다움은 늘 더 빛나는 법이다.
시간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시간에 아름다움을 보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름은 늘 찾아오고, 그 안에는 낮과 밤이 있다. 여름의 낮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시원한 그늘과 수박을 찾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리고 여름밤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밤 바람을 쐬며 조용히 산책을 한다. 그런것들은 지금의 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나온 시간들을 이미지로서 회상하지 않는가. 그 여름밤 먹었던 달콤한 수박, 장마가 이어지던 어느날 만났던 친구. 그러니 어떻게 하면 지금의 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올 여름을 보내야 겠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누구와 대화를 해야할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1년, 5년, 10년이 흐른 뒤에도 2015년의 여름은 아름다웠노라고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2015년 7월 여름밤
읽는 동안의 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어쩐지 눈물이 왈칵 나올 것만 같아요.
저의 2015년 여름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보잘 것 없는 글에서 그런 소중한 감정까지 느껴주시다니, 제 글이 몸둘 바를 몰라함이 느껴지네요. Sehee님의 2015년의 여름에 아름다움이 가득하길 간절히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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