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부턴가 인간(혹은 인간문명)에 대한 대단한 혐오에 빠진 것 같다. 흔히 인간이 도시를 개발하면 자연을 파괴한다고 한다. 지구를 오로지 파멸로 이끄는 건 인간 종족 뿐일까. 개미도 개미집을 짓고 벌도 벌집을 만들어서 원래의 상태를 바꾼다. 하지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나우시카를 봐도 인간은 항상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다. 그리고 자연은 그걸 계속 정화시키며 극복해낸다.
인간은 자연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기도 했고 요즘은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자연을 사랑하자'라는 말 자체에서 자연을 타자화시켜,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지난날 그것을 혹사시킨 과오에 대한 뉘우침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 의중에는 이 지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깔린 것 아닐까.
자연과 도시(인간문명)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하는 행동들도 결국은 모두 자연의 범주다. 인간이 만들어낸 책이며, 영화며 모든 것들이 자연이다. 자연으로 존재하는 인간이 자연을 곁에두고 자연을 찾는다. 즉,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고, 그런 인간이 삶의 터전을 개발한다고 볼 때 자연을 파괴하는 것만으로도 볼 수 없다.
우리가 자연을 두고 실망하지 않는 것처럼 인간에 대해 실망을 하지 않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들, 모든 동물이 좋은 짝을 찾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들,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세력 다툼을 하는 것들은 모두 우리 인간의 그것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라고 한 서정주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도 살아간다. 그 꽃이 화려한 장미든, 장미를 돋보이게 해주는 안개꽃이든 하나같이 모든 우주가 노력을 기울여 피워낸 아름다운 꽃이다. 우뢰매를 보며 신이 나서 안방을 뛰어 다니던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모든 걸 바라본다면 모든 꽃들이 아름답게 보이겠지.
2013년 여름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