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들 04. 더 큰 자극을 찾는 사람들

현대인들의 영화를 보는 수준이 너무 올라간건가. 예전에 생물 시간에 배웠던 '역치'라는 개념, 신경이나 근육 등에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 자극값. 매운 걸 계속 먹다보면 그보다 더 매운것을 먹어야 자극이 오는 것처럼, 그것은 오감 뿐만이 아니라 쾌락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듯 하다. 초등학생 때는 '15세이상관람가' 영화를 봤을 때 그 자극적인 장면들에 놀라고, 중고딩때는 18세 영화를 찾다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18세 영화를 봐도 쾌락중추가 활성화 되지 않는거지.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되고, 더 재미있는 걸 찾게되고 할리우드는 액션영화와 SF영화의 기대값을 너무 올려버렸다. 기대하는 자극값이 너무 커져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클래식 영화들을 찾아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런 원리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것 같다. 사람의 사귀는 것에서도, 소비를 하는데 있어서도 누군가 뭔가를 어느 수준으로 계속 해주다보면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더 큰(좋은)것을 해주지 않으면 실망한다. 선물이나 이벤트나 등등. 사람마다 사람에 대해 익숙해진 기대값이 있어서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갈수록 더 큰 자극을 위해 찾아다니다가, 결국 나이가 들어서는 작은 것에도 만족하게 되지 않나. 봄이오면 꽃피는 걸 보며 늘 감탄하는 우리 엄마도 그렇고. 하긴, 자연의 생동감 넘치는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큼 놀라울 것도 없다. 무엇보다 자연은 음식이나 책이나 영화 또는 사람처럼 기대를 져버리거나 실망시키지도 않고.

-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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