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책 - 2030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마하트마 간디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영국은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의 절반을 소모했다. 인도 같은 나라가 부유해지려면 얼마나 많은 행성들이 필요하겠는가?” “중국이 미국 수준의 삶을 열망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실제로 우리의 소비는 이미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기업이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수입보다 많은 자금을 지출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지구의 자본을 먹어치우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자연환경과 조화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소비량은 하나뿐인 지구에 걸맞지 않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은 1달러를 벌면서 1.2달러를 지출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하나뿐인 지구에서 1.2개의 지구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위기를 막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는 지구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생명은 하나뿐인 지구에 항상 흔적을 남겨왔다. 그 사실을 대기의 조성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는 반응성이 높고, 탄소와 쉽게 결합한다. 지구의 식물들이 신선한 산소를 끊임없이 공급하지 않는다면, 대기 중의 산소는 장기적으로 남김없이 사라질 것이다. 대기는 지구의 생명에 의해서 유지되는 불안정한 혼합물인 것이다. 지구와 지구가 지탱하는 생명은 함께 진화해왔다. 엄청난 자연 재앙들이 발생했지만, 결국에는 항상 생명과 산소 생산이 주도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심각하게 걱정할 이유가 있다. 인류가 지구에 엄청난 충격을 점점 더 강하게 주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지구가 인류의 존속을 계속 허용할지에 대해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억 년 전에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엄청나게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서 온도가 극적으로 올라갔을 때,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보다 덜 심각한 재앙만 일어나도,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인류 문명은 끝이 날 것이다.

기술은 흔히 부분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와 개인의 의지가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복잡성 개념은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혁명들, 풀뿌리 운동들, 주어진 순간을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로서의 사회는 개인들의 행동으로 정확히 환원할 수 없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판매급증은 신기술 덕분일 수도 있지만, 그저 마케팅의 결과일 때가 많다. 진정한 혁신 제품이 몇 년 동안 창고에 머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의 복잡성을 이제 막 깨닫기 시작했다. 복잡한 시스템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제한적이다. 많은 분야들에서는 핵심 매개변수들에 관한 기초 지식조차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태양이 유발하는 특정 사건들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여러 병들의 원인에 대한 연구도 아직 미완성이다. 또한 우리는 2008년에 결국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이어진 핵심 매개변수들의 불길한 움직임을 탐지하는 데에 실패했다. 우리는 수학이 제공하는 새로운 알고리즘들을 이용하여 계산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또한 복잡한 현상의 바탕에 깔린 힘들에 대한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계산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저자들은 우리의 과학과 기술이 성숙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다. 우리가 지구와 그 거주자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구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에 성공하려면, 아직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소용돌이 속으로 내려가다]
어부 형제 셋이 작은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거센 폭풍을 만난다. 바다는 사나운 바람에 세찬 해류를 일으키며 날뛰고, 배는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려간다. 그런데 그 중심은 섬뜩하게 고요하다. 형제들 중 한 명은 극심한 충격을 받는다. 그러다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침착함을 되찾고 넋을 잃은 사람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관찰한다. 얼마 후, 그는 자신의 배보다 더 작고 원통을 닮은 물체들이 천천히 끌려 내려오는 것을 본다. 곧이어 그는 그 통 모양의 물체들이 사실은 상승하면서 소용돌이를 벗어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재빨리 몸을 던져서 빈 물통 하나에 올라탄다. 난파된 고깃배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고, 물통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소용돌이를 벗어나서 유일한 생존자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

소설의 주인공은 눈앞의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정서적인 거리를 둔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렇게 거리를 둔 덕분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현실을 분명하게 직시한 것이 그의 생존 비법이었다. 그의 행동은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노력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그는 순전히 소용돌이에 매혹되었을 뿐이다. 얼핏 보면, 그는 과학적 호기심을 채우려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는 듯하다. 그의 생각은 문제에서 해답으로 곧장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순수한 앎을 경유한다. 소용돌이에서 살아나온 그 어부처럼 현실을 초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은 행동이다.

몇십 년 동안 인류의 처지를 향상시키고 미래의 전망을 더 밝히기 위해서 혁신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 목마름, 질병, 장애 등을 다스리는 데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해서 비참하게 살아간다. 

현재의 기술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은 탄탄한 경력을 쌓은 후에 헌신적인 동료들과 함께 오랫동안 열심히, 대개는 엄청나게 비싼 장비에 의존해서 연구해야 할 것이다. 혁신은 지구력, 부지런한 시험, 무수한 과학자와 기술자의 영감을 필요로 한다. 신기술 개발은 복잡한 과정이다.

진보는 일종의 진화이며, 그 진화에서 순수 과학과 응용 기술은 서로를 복돋운다. 진보는 강한 비선형성을 띤 과정이어서 전체를 굽어보기가 어렵다.

경제학 모형에 떼거리 행동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장-필립 부쇼는 생각한다.
“우리는 모방을 통해서 배워요. 이것은 아마 훌륭한 생존 전략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방은 위험한 행동이기도 하죠. 모방은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현상을 유발할 수 있어요. 저는 박수치기와 같은 단순한 모방 상황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연주회의 청중은 다른 사람들의 박수치기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얼핏 생각하면, 박수가 천천히 잦아들다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타인들의 박수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박수는 갑자기 끝이 나죠. 박수를 치는 마지막 인물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방은 갑작스러운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서로의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청중의 박수는 차츰 잦아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