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그럭저럭 살다보니 고민의 끈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 같다.

또 한 주가 흘렀고, 비가 내리고 있는 일요일 저녁이다. 이번 주에 예비군 훈련을 갔다가 만난 형님과 함께 소주 한 잔을 하고 들어왔다. 동네에서 알게 된 친구와 함께 동네에서 술을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의에서 약 1년간 생활을 하면서 구의에서 한 번쯤은 술을 마셨을 법도 한데, 우리의 무대는 늘 건대였다. 그래, 건대에서는 참 많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

좋아, 비가 내리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곳에 적어보자. 모든 것은 그렇다. 어떤 것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하는 게 어렵다. 시를 쓰기로 마음을 먹는게 어렵고, 글을 쓰기로 마음 먹는게 어렵고,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는게 어려운 법이다.

2013년은 약 한 달여를 남겨두고 있다. 나의 2013년은 어땠는가. 이 이야기는 조금 더 2013년의 말미에 하고 싶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다. 그 때가 되면 할 애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무도 적게 기록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많은 걸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말이다. 글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런거라면 너무도 싫다. 나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얼만큼 변했는지, 얼만큼 변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 주위는 많이 변했다. 다들 자신의 길을 찾아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루하루를 보자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느낌이지만, 큰 그림을 봤을 땐 큰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영화감독이 되어서 많은 사람의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고, 나로 인해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한 때 내 인생의 사명을 '창조'와 '기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는 세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고, 어느 정도를 창조할 수 있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굉장히 많은 걸 꿈꾼다. 과연 그런 꿈들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늘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소홀히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하루를 그럭저럭 살다 보니 고민의 끈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나로서 살아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창조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내 머릿속의 생각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 세상에 꺼내 놓는 일이다. 멋지게 살아가자. 우리, 멋지게 살아가자. 내 소중한 삶, 내 가족들의 소중한 삶, 그대들 모두의 소중한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