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자신의 몫이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기 시작하면 '술에 취한 것' 이라고들 많이 말한다. 비슷하게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해서 쓰기 시작하면 술에 취한 걸까.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가 몇 년 전에 썼던 글과 정확히 같은 글이 될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같은 글을 다시 한 번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그 내용에 대해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11일  http://seonil.blogspot.com/2013/09/blog-post_8478.html 기뻤다.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서 당시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알수있는데 그 생각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내 글들이 예전의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당시 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놀라버린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글쓰기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는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한 나라의 일들을 기록하는 역사와도 같다. 이번처럼 예전에 썼던 글들에서 지금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2012년 2월 15일 http://seonil.blogspot.com/2013/09/blog-post_5001.html몇 개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난 '삶의 이어져 있음' (이 글의 주제)을 느끼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일기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그러한 글들이 나의 지금 모습에 반영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아래의 일기가 3년 전 딱 이 맘 때 내가 쓴 글이다.난 어젯밤 이 글을 읽고서 내 스스로 갇혀있던 고민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된다.이것이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삶'이 순간순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우주다.  

2013년 4월 17일 봄날  http://seonil.blogspot.com/2013/10/blog-post_9417.html
하나의 생각은 한 사람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글을 통해 공유되게 된다. 말그대로 시공간을 아우르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다. 과거의 너와 미래의 나, 과거의 나와 미래의 너는 서로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삶에 영감을 주며 공존한다. 그러니까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련다. 이글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내가 됐든, 타자가 됐든 결국엔 어느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좋은 생각만을 담지 않을 수가 없다.
2년 전, 4년 전 이맘때의 글에서도 '연결'과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니, 얼마나 재밌나.지금으로부터 2년 후의 4월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또 한번 하지 않을까.

위의 글들, 그러니까 6년전, 3년전, 2년 전의 글들은 사실 내용이 조금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서 2015년 4월 난 또 다시 한 번 이에 대해 글을 쓰려 한다. 왜 같은 얘기를 누차하려고 하는 걸까. 상황이 다르다. 2009년, 2012년, 2013년 각각 내가 둘러쌓여져 있던 환경과 사오항이 모두 달랐다. 2015년 지금도 매우 다르다. 2009년은 해군 상병 때였고, 2012년은 취업에 대해 고민을 하던 대학교 4학년 이었고, 2013년은 갓 졸업을 하고서 코트라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지금은 하던 일을 그만 두고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을 해야만 내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다.)

헤쳐나가고 있는 인생의 상황이 모두 다름에도 '나'라는 사람은 나의 '글'을 통해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발견한다. 발견하는 모습 - 과거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고, 생각에 성장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모습 - 은 나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건 안도감과 비슷한데, 어떤 안도감이냐면, 내가 과거의 '나'의 모습을 가끔씩 되돌아 보고서, 때로는 '지금보다 과거의 가졌던 생각이 더 좋았구나' , '과거를 보고서 지금을 좀 더 반성해야지'라는 느낌들에서 오는 안도감이다. 과거에 순간순간 품었던 생각들은 어김없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왔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 주변엔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가족들, 친구들. 어떠한 삶을 살아내든 나를 믿고서 끝까지 응원하겠노라고 말해준다. 심지어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너는 옳은 선택을 할거니까'라고 말하며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들도 많다.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러한 수많은 위로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건 과거에 내가 품었던 생각들이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위로는 당연히 아닐뿐더러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언제나 현재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들어 준다.

언젠가 이런 문장을 썼다. 
우리는 현재의 시간만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여러 시간들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시간들 속에 존재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 지지 않기 위해 현재의 시간에 충실해야 한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서, 그때 그시절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란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우리는 (모든게 연결되어 있는) 이 우주 속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과거의 노력들이 지금 하나도 헛되이 쓰이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노력 또한 미래에는 더욱 귀중하게 쓰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이 가는대로, 나를 둘러싼 우주가 미소지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기로 한다.

지금 여기의 나의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시절 가장 좋아했던 강의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처럼 말이다.
“우리의 현재 모습엔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다.”
과거에 서있던, 미래에 서있을, 그리고 지금 서있는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삶이다. 살아온 삶을 후회하는 건 과거의 나에게 떳떳하지 못한 모습이고, 지금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의 나에게 미안한 모습이다.

나는 글을 쓰며,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나의 우주'가 펼쳐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작은 우주일 수도 있고, 상상도 못하리만큼 큰 우주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난 살아가며 내 우주를 만들어간다. 내 '우주'안의 수없이 많이 펼쳐진 시공간 속에서 무수한 생각들을 헤집으며 살아가다보면, 지금 이 순간 품었던 생각을 한 동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나는 언젠가 다시 한번 이 글로 들어올 걸 알고 있다. (이미 수차례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 다음은 몇 년 후일지, 그 때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바다. 지금 쓴 글을 까맣게 잊어버릴 10년 후일 수도 있는 것이다.(그리 멀진 않을 거지만) 몇 년 후의 '나'는  지금 글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우주가 펼쳐져 있을까. 이번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강상중 교수의 '마음의 힘'이라는 책을 읽은 덕분이다. 아마 몇 년 후에도 어떤 계기로 다시 이곳을 들어오겠지.

2015년 4월 30일, 이 글의 마무리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바로 옆에 꽂혀있는 책, 군시절에 읽었던<마지막 강의>의 맨 마지막장에 썼던 후기로 마무리 해야겠다.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자신의 몫이다. 나도 내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 것이다. 내가 확신힌다. 모든 건 나에게 달려있다. 2008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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