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있을 때 창밖으로 소나기가 내렸다

카페가 시끄럽다. 옆 테이블에는 50대쯤으로 보이는 남성들 여섯명이서 자정이 되어가는 시각에 모여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아, 요새 계속 듣고 있는 노래 '희재(성시경)'를 듣기 시작했다. 비로소 찾아오는 마음의 평온.

길고 긴 금요일이었던 것 같다.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는 것. 그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아침에 일어났던 일들이 어제나 그제 일어났던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들도 있다.  오늘은 일어나서 집에서 일을 하다가 도저히 집에서는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카페에 나와서 일을 했다.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친구 한 명이 찾아왔다.

그 친구는 요새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 일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다가도, 설레다가도 하고 그런다. 그저 친구의 사랑이 아주 잘 풀리길 바랄뿐이다.

카페에 앉아있을 때 창밖으로 소나기가 내렸다. 카페에는 재즈가 흘렀다. 

나는 요새 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으로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긴한데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을 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음악을 듣다가도... 내가 살아왔던 날들 중에 단연 행복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친구와 나는 한 상에 만원하는 광어물회에 소주를 두 병 마셨다.오늘 친구와 술을 마신 것도 행복한 느낌때문에 마신 것이다. 술을 마셔서 조금 더 행복해지긴 했지만, 술자리를 접고나서 나는 다시 또다른 카페에 들어왔다.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슬프다. 아까까진 엄청 행복했었는데 이상하다. 옆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아저씨들 때문인가. 창밖으로 비에 젖어있는 거리 풍경 때문인가. 성시경의 노래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카페의 풍경이 뭔가 서글프다. 나는 음악이나 들으면서 하고 싶은거나 해야겠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이기 때문이야

인생, 이 단어를 놓고 지금부터 글을 시작해보자. 글을 많이 써봤지만 대개 제목이나 주제를 정해놓고 시작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근데 오늘은 '인생'을 던져보았다. 사실 인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 만한 자신도 없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늘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어려울 것도 없는 게, 내가 어떤 주제를 풀어내든, 사랑이든 연애든 모험이든 그건 모두 인생 이야기로 엮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하루를 살아감의 연속이다. 하루라고 하는 것은 보통 잠을 자고 일어나면서 시작되고, 또 잠을 자면서 끝이 나게 된다. 그렇다고 봤을 때 밤이라는 시간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인거고 그건 즉 하루를 가장 되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일터다. 우리의 노년 시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전체의 삶을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다가올 노년의 시간일 것이다. 

같은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일까. 지금이다. 딱 지금 이 순간만큼 지난 삶을 바라보기에 훌륭한 때가 없다. 

생각이 났다. 나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싶었나보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늘 다른 이야기와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들에 특정한 제목을 붙여도 좋을 만큼, 우리의 하루들은 독특하고 유별나고 늘 다르다. 누구든지 어제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살지 않고, 혹은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에 70억의 인구가 살아간다면, '오늘의 지구'에는  70억 꾸러미의 생각들이 있었고, 내일은 또 다시 70억의 생각들이 우리의 별에 쌓인다. 생각을 해보자. 인류의 역사 수십만년에 걸쳐, 지구에 땅을 붙였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날들을 보냈고 우리의 별은 그걸 간직하고 있다면.

오늘 내 하루에는 '사랑'이 왔다갔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새는 '사랑' 제일 많이 왔다간다. 친구와 만나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스물여섯살의 나이가 되니까 사실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는 사랑이야기는 없다. 모두 어디선가 보았던 사랑이고, 어디선가 들었던 사랑이고, 어디선가 읽은 사랑이다. 하지만 어디선가 경험한 익숙한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내 사랑'이 되면 그것은 완전히 또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친구는 사랑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 친구, 사랑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결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누군가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좋아할까. 그리고 어떻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걸까. 또 좋아하게 돼서 행복하기만 하면 좋을텐데 우린 왜 아플까. 의미없는 물음이긴 하지만, 우린 이미 의미를 따지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고 있다. 혹시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이 '왜'라는 질문이 필요없는 유일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굳이 '왜'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면, 정답에 가장 가까운 답은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이기 때문이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사랑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니면 사랑 이야기야 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인생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사랑 속에 있었고, 그것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부모의 사랑에 의해 키워지고, 스승의 사랑에 의해 가르침을 받고, 친구들과의 사랑 속에서 함께 자라왔다. 사랑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소중한 것이다. 대학시절에 내가 썼던 에세이 [의미있는 삶에 대하여]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결론을 '사랑'으로 내렸던 생각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랑은 이기지.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네.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야 하네.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페이퍼카메라로 찍어본 우리집

페이퍼카메라로 찍어본 집에서 보이는 풍경과 나의 방

정말 그림으로 그린것 같은 느낌이 난다.
















스스로 더 나은 예술작품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


비문화인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시작한지, 대학교 4학년때 였으니까 어언 3년째다. 당시 비문화인 프로젝트는 진로 걱정으로부터 벗어나오고 싶었던 나의 해방구였을 것이다.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미술관을 가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걸어왔다.

그리고 비문화인 프로젝트를 하나의 비즈니스로 만드는 구상을 하게 된건 2014년의 1월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벌써 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지도 7개월이 넘은 것 같다.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리던 당시의 흥분감을 기억한다. 김밥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고 3시간 동안 동료와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갔다. 그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눈 앞에 잡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생각을 그려가는 것만으로 정말 즐거웠던 것이다. 

내가 지금 빠져있는 곳
내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계획해 나가는 사이 나의 아이디어와 비슷한 많은 아이디어를 접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들은 나의 아이디어들과 매우 흡사하게 닮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절실함에 대한 동력을 잃어가는 시점이라고 본다. 나의 아이디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이미 많은 부분 구현되어 있는거라면 '사실상 나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

예술가가 되자
예술가가 되자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모두 예술가라고 생각하고서 각자가 더 많은 창작을 시작하는 지점이다. 나의 비즈니스는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모든 순간순간들을 예술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더 나은 예술작품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 그것이 내가 ‘비문화인 프로젝트’에서 그리는 세상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을까. 나의 생활을 먼저 돌아보자. 나는 지금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하루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창작에 할애하고 있는지. 다시 시작해보기 위해서는 일단은 펜과 스케치북을 당장 들어야만 한다.